기업이 AX를 가장 정석적으로 실패하는 방법

AI 도입 실패의 4가지 근본 원인

기업이 AX를 가장 정석적으로 실패하는 방법

안녕하세요, 김성중입니다.

저는 요즘 'AI'라는 신기술과 '기업'이라는 전통적 구조가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대해 몰입하여 문제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이겠죠. 그래서 앞으로는 제가 운영하는 낭만투자파트너스라는 개체를 어떻게 AI 전환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그 여정을 적어보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지난 6개월동안 기존 기업을 AI 전환하고자 한 수 십명을 만나며 느낀 '기업과 AI의 결합이 실패하는 이유'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짧은 홍보 : AI Transformation 클럽을 열었습니다. 기업에 AI를 도입함에 있어 필요한 전략과 실전지식을 같이 논의하고, 실제 사례로 옮겨보며 공유하는 형태로 공부하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AI 도입이 실패하는 모습은 모두 닮았습니다

"AI를 적극적으로 기업에 도입해야 합니다."라는 주장을 테헤란로 언저리에서 더 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실효성이든, FOMO든, 블러핑이든 기업에서의 AI 활용을 독려할 이유는 충분해보이거든요.

그러나 지난 몇 개월 간 크고 작은 기업에서 C레벨에서 주니어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음에도 본인 기업의 AI 도입에 만족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기업의 AI 도입이 실패하는 시나리오가 규모와 영역을 막론하고 모두 다 비슷하게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AI 전환을 가장 정석적으로 실패하는 시나리오를 그려보았습니다.

1단계 : "우리도 이제 AI로 코드를 짜시죠!"

프론트엔드 개발자 A는 각종 개발자 커뮤니티, 오픈소스 커뮤니티 등을 돌아다니면서 '나도 AI로 코드를 짜볼까?'라는 궁금증을 갖습니다. 그리고 옆 동네 개발자들이 코드를 모두 AI로 짜고 있음을 보게 되죠. 한 번 직접 해보니 차원이 다른 세계가 열립니다.

개발자 A는 팀에 가서 "우리도 이제 AI로 코드를 짜시죠!"라고 이야기합니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개발팀에서는 이와 같은 의견이 금방 다수 의견이 되면서 AI 도입에 불씨가 붙습니다.

기업의 AI Transformation이 '디지털 프로덕트의 코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Deepmind가 AI를 벽돌깨기 게임부터 시작했듯이, 가장 논리적이고 단순하며 증명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예전부터 모든 코드가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되어 있었고, 심지어 그 중간의 의사결정과 로그까지 남아있는 코드는 AI가 진입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죠. 그리고 완성의 O/X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논리고요.
두 번째는 코드를 책임지고 있는 엔지니어들의 효율을 중시하고 얼리어답터적인 성향 때문입니다. 현재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AI를 사용하지 않는 개발팀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2단계 : "우리 업무 프로세스도 AI 중심으로 바꿀까요?"


코드 짜는 업무를 AI에 맡기던 개발팀은 곧바로 AI를 활용하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가장 먼저 개발자 개인의 워크플로우 일체를 AI native하게 전환하기 시작합니다. 코드 짜는 업무 뿐만 아니라, 정보 습득을 하는 방법, 회사 채널에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 소셜미디어를 하는 방법에 모두 AI를 침투시키기 시작하죠. 이제는 육아와 운동도 AI agent를 활용한 워크플로우로 만들고 있습니다.

개발팀의 업무 문화도 AI 중심으로 변경시킵니다. 슬랙 커뮤니케이션 원칙부터, 티켓을 날리고 머지하는 방법, 회의를 녹취하고 회의록을 만드는 방법 일체를 AI를 사용해 효율화, 최적화하기 시작하죠. 엔지니어 집단은 'AI는 미쳤다!'라는 확신을 얻게 됩니다.

현재 디지털 프로덕트를 운영하고 있던 개발팀을 보유한 기업은 대부분 이 단계에 들어서게 됩니다. '코드'라는 킬러앱을 찾은 AI는 코딩 앞뒤로 일어나는 모든 일에도 스멀스멀 침투하기 시작하죠. 이 단계에서 개발팀은 보통 'AX 히어로'를 한 명 갖게 됩니다.

3단계 : "우리 기업 전체를 AI-native하게 바꿔 볼까요?"


희망에 찬 AX 히어로는 확신과 함께 대표에게 찾아갑니다. "우리 기업을 통째로 AI native하게 바꿔볼까요?" 그리고 이제부터 (우리의 히어로에게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죠.

  • 대표는 AI 툴 도입의 가격을 계산합니다.
    '이게 한 명에 월 N만원이면, 한달에 얼마야. 개발팀에는 클로드코드 결제도 해야되고, 다른 관리툴도 써야되고, 토큰 값 까지 고려하면.. 이거 진짜 하는게 맞아?'
  • 개발자가 아닌 프로덕트 팀은 불만을 제기합니다.
    '코드야 금방 만든다 치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AI가 그렇게 쓸모 있는게 아니라니까요. 프로덕트 전략, 디자인, CS 등등 고객이랑 소통하고 피드백 받으면서 발전시켜야 하는거지, AI가 찍어줬다고 잘하는게 아닙니다.'
  • 전략팀은 고개를 내젓습니다.
    '전략이나 운영은 실제로 시장에서 대화하고 암묵지로 판단해야 하는게 많습니다.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변수가 엄청나게 많죠. 거시경제, 고객 트렌드, 경쟁사 현황, 내부 자원, 자본조달 가능성, 사업 시너지 등등 AI에게 답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제 리서치 인턴 안뽑아도 되는 것 정도 좋은 것 같아요'
  • 인사팀은 당황합니다.
    '개발팀의 성과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연봉은 올려달라고 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요?'
실제로 고려해야 하는 변수는 훨씬, 훨씬 많습니다. 주주 이해관계, 고객과의 공급 계약, 대응해야 하는 소송건, 투자 유치와 대출 등. 기업과 대표의 머릿속은 터져나갑니다.

4단계 : "답답하다."

서로가 서로를 답답해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관찰됩니다. 그리고 최근에 관찰한 많은 AX 히어로는 실제 퇴사 혹은 정신적 퇴사 상태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괴리의 원인

위 시나리오를 보면서 기시감이 든 부분이 있으신가요? 최근 AI를 기업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다양한 층위의 분들을 만나다보니 꽤 신기할정도로 비슷한 현상을 많이 겪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 기존에 자리잡은 기업 구조의 표준과 AI가 그리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표준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위에서 그린 충돌은 표면적 시나리오라고 한다면, 그 뒷 편에서 실제로 괴리를 만들어내는 근본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AI를 믿습니까

새로운 기술을 종교와 비슷한 모습을 지닐 때가 많습니다. 확실히 믿긴 믿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모르겠는 상태가 많기 때문이죠.

아래 사진은 스티브 잡스가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났다고 알려진 Homebrew Computer Club입니다. 이 클럽은 PC라는 것이 이제 막 등장하던 시점에 '개인용 컴퓨터는 엄청난 혁신인것 같기는 한데 이걸로 대체 뭘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니까 같이 난장토론 해보자'라는 이해관계에서 모인 집단입니다.

Homebrew Computer Club (1976)

현재 AI가 어느 정도의 혁신인지에 대한 인지와 신뢰의 정도 차이는 나이, 직군, 성향 별로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기업에서 전사적 도입을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과 막대한 투자를 해야하기에 확실하고 공유되는 믿음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 왜 해야하는건데? 어디로 갈건데?

잘 모르겠지만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니까 도입해보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봅시다. 하지만 기술은 본디 중립적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현재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겠죠.

현재 AI 도입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AI의 효용가치를 '자동화'와 '최적화'에 부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최적의 경로로 문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링이라는 본연의 업무에서 일반적으로 파생되다보니 그런 경향이 강력합니다. 하지만 자동화나 최적화 자체가 기업 본연의 목적인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기업 본연의 목적은 대부분 추상적으로 얘기하면 세상에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포착하여 기업의 가치로 치환시키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얘기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이고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이겠죠.

일론 머스크는 물리학 법칙에서 기업 경영의 원칙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가 중요하게 제시하는 원칙 중 하나는 '벡터 정렬(Vector Alignment)'입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방향과 힘을 갖는 벡터라고 일컫습니다. 그런데 만약 한 기업의 임직원들이 다른 벡터를 갖고 있다면, 기업 총체로 보았을때 한 방향으로 강하게 나아가는 힘은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삶에서는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더라도, 기업 단위로 갔을때 AI 도입이 실패하는 가장 빈번한 이유 중 하나가 이 벡터값의 편차입니다.

3) 알겠는데,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야

기업의 임직원이 모두 같은 정도로 믿고, 같은 방향과 힘을 가졌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AI 전환은 단순한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AI 시대를 마주하는 기업들에게 '당신만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Proprietary data)'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빈번하게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보통의 LLM들은 시장의 모든 공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적으로 좋은 답을 주지, 나한테 딱 맞는 답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이 데이터를 잘 누적시켜왔는가?', 그리고 '데이터가 잘 수집되고 누적될 환경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코드의 영역을 제외하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온갖 업무 영역에 SaaS를 발라놓은 미국 기업과 SaaS라는 트렌드를 거의 건너뛰다 싶이 한 한국 기업의 차이가 이 지점에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고객 관리, 주주 관리, 인사 관리 등 온갖 영역에서 SaaS를 도입하면 의도치 않아도 코드와 같이 데이터가 누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딘가에 데이터가 누적되어 있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또 전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4) 알겠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

믿음도, 의지도, 환경 준비도 다 됐다고 칩시다. 그런데 AX를 하는 방법 자체를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적합한 사람인지, 어떤 부분부터 건드려야 하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세상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AX 자체가 본업도 아니니 여기에 매몰되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 당장 고객의 불만 전화를 받아야 하거든요.

"AI는 미쳤다."라는 이야기는 매일매일 들리지만, 정작 AI Native 기업을 만들어낸 사례는 거의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90%는 100%가 아니다

지난 주 낭투파와 퓨처먼데인에 발행한 '당신의 기업은 복리기계인가요?'을 통해 이야기한 것처럼 기업은 AI를 통해 본연의 목적인 복리기계(Compounder)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팔 한쪽만 기계로 바꾼 사이보그는 완전한 기계가 되기는 어렵겠죠.

"머리를 쏴"

저와 같이 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이웅재님의 비유가 찰져 마지막으로 공유 드립니다.

"고속도로의 모든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라면 모든 차가 500km/h로 달릴 수도 있겠죠. 그런데 단 한 차량에라도 사람 운전자가 있으면 결국 모든 차는 100km/h로 달려야 할 것 입니다."

[AI 전환에 관심있는 분들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대체 AI native company는 가당키나 한 개념일까요? 기존 기업을 AI transformation하는 것은 가능한 꿈이 맞을까요?

실제로 기업의 AI 전환을 하고 계시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에 부딪치고 계신 분들을 모십니다. 제 경험을 공유드리고 같이 충돌하며 compounding 하고 싶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이번주 금요일까지 1차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AX Research Club - AI Transformation | Delta Society | Delta Society
기업 경영에 AI를 활용하는 AX(AI Transformation) 전략을 공유하는 AX Research Club에 지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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