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육을 멈추고, 목표를 10배 올리세요
억지로 AI 네이티브 되는 방법
안녕하세요, 김성중입니다.
지난 글을 통해 '델타 AX 리서치 클럽'을 모집하였는데요, 운영하는 제가 굉장히 부담이 될 정도로 훌륭하신 분들이 함께 해주시게 되었습니다. 1기는 이제 출발을 했지만 지속적으로 모집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나는 AX 실패의 주범이었다
지난 글 '기업이 AX를 가장 정석적으로 실패하는 방법'을 통해 기업의 AI 도입이 개발자나 개발팀을 넘어서는 순간 굉장히 큰 벽에 마주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우리 회사는 AI를 진지하게 신경쓰고 있어'라는 위안을 제외하면 실제 AI를 기반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케이스는 굉장히 적은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이 글을 자신감 있게 작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바로 그 '개발팀을 넘어서는 순간 서있던 벽'이었기 때문입니다. AI는 저랑 별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문돌이 중에서도 문돌이입니다. 책 읽고 글 쓰는 학문을 전공했고, 심지어 20대 초반에는 인문학자를 꿈 꾸기도 했습니다. 비록 벤처투자업계에 몸담고 있었지만, 기술을 직접 만지는 것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술 문맹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죠.
대신 일찍이 한계를 느끼고 주변에 공대 출신 엔지니어와 교류를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피드백도 일찍이 들을 수 있었죠. 하지만 저는 기술 문맹이기에 어쩔 수 없고,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로 어느 순간 제가 기업의 슬러지(Sludge)가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쌩쌩 달릴 준비가 되었더라도 어딘가에서 턱턱 막히는 구간이 있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AI가 코드를 재빨리 짜더라도, 제가 전략 수립을 늦게 하면 결국 서비스 배포는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상태였습니다.
기업이 나의 지능 한계에 갇히는 게 맞을까?
낭투파에 작성한 '당신의 기업은 복리기계인가요?'라는 글에서 표현했듯, 기업은 애초에 자연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발명품입니다. 증기기관으로 사람의 근력과 체력 한계를 극복했고,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로는 사람의 물리적 존재 한계를 극복했죠. 이제 인간 지능의 한계를 극복할 차례입니다.
지금 이 순간 특정 영역에서 AI가 인간 지능의 한계를 넘어선 것은 자명해보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이 AI를 통해 인간 지능의 한계를 대체해나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죠. 그런데 여기서 무엇이 이 흐름을 막는 걸까요? 애초에 저는 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았을까요?
내 지능의 한계를 내가 찾으라고?
애초에 과제 자체가 자기 파괴적입니다. 저처럼 '인력이 국력이다'라는 슬로건 아래서 똑똑한 사람이 되기 위해 수십년을 바친 사람들에게 이 과제는 다소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농담처럼 적었지만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사례가 여기에서 묶여 있습니다)
또 내 지능의 한계를 내가 찾는 것 자체가 애초에 거의 불가능합니다. 눈이 자기 자신을 볼 수 없듯이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원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외부인의 피드백에 의존하자니 그는 내가 사고하는 과정 자체를 모릅니다. "니가 뭘 알아" 같은 날 선 피드백이 오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문제는 명확합니다. AI를 기업에 도입한다는 것은 인간 지능의 한계가 슬러지로 끼어있던 지점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하면 이 슬러지를 (기분 나쁘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무조건 10배
저는 이 문제를 '10X 프로토콜'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보고 있습니다. 방식은 단순합니다. 일의 목표를 무조건 10배 상향시키는 것이죠.

패턴은 보통 이렇습니다.
A: 이 일 마무리하는데 얼마정도 걸릴 것 같아?
B: 한 나절은 걸릴 것 같은데.
A: 그럼 한 시간 안에 끝내줘
A: 일주일에 인스타그램 콘텐츠 몇 개 생성할 수 있을 것 같아?
B: 하루에 하나씩 해서 7개 정도?
A: 그럼 일주일에 70개 만들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줘.
다소 무식해보이고, 의미없어 보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AI 도입'에 있어서 가장 큰 효용을 얻고 있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기원은 전통적인 경영 기법 중 하나인 Stretch Goal에서 빌려왔습니다.
잭 웰치의 Stretch Goal
1990년대 GE의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Jack Welch)는 제품의 불량률을 100만 개 중 3.4개 수준으로 극단적으로 낮춘 품질 혁신 기법 '식스 시그마(Six Sigma)'를 도입하며 GE를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올렸습니다. 이전의 통상적인 제조업의 불량률은 100만개당 100개 수준이었죠.
이 과정을 통해 점진적 목표가 아닌 도전적 목표를 기반으로 한 경영 기법인 스트래치 골(Stretch Goal)이 보편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스트래치 골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10% 개선이 아니라 10배 개선을 목표로 잡아라.그러면 기존 방식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잭 웰치는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해 불량률 1,000% 개선의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만약 개선 목표가 110% 수준이었다면, 아마 공장장들은 다음과 같은 선택을 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0% 개선은 근면 성실하게 노동하고, 야근 좀 더 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닙니다.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구조, 사용 기술 전반을 들여다 봐야만 하는 과제이죠. 즉, 우리가 일하는 방식 전반에 대한 반추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잭 웰치의 식스 시그마는 '정의>측정>분석>개선>관리'의 다섯 단계 과정을 거쳐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재정의와 실제 데이터가 중요한 개념으로 들어옵니다.
과거 스트래치 골은 실패를 전제한다
잭 웰치는 10배의 목표를 제시하면서 식스 시그마 기법을 통해 GE의 성공을 이끌고 스트래치 골을 널리 알렸지만, 그가 1995년부터 약 5년 동안 수 조원의 돈을 쏟아 부었다는 사실은 알게 되면 다시 이 원리를 도입하기에 망설여지게 됩니다.
실제로 통상적인 스트래치 골은 기존 목표 대비 130% 수준의 상향선을 이상적인 수치로 제시합니다. 과거 스트래치 골이 작동하는 방식은 보통 아래와 같습니다.
1.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2.기존 방식으로는 목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3.완전히 다른 창의적인 업무 방식을 고안한다.
4.프로세스 혁신, 조직 개편, 신기술 도입 등으로 이어진다.
5.(그리고 운이 좋으면) 실제로 도전적 목표가 달성된다.
과거의 스트래치 골은 기본적으로 실패를 전제로 작동했습니다. 실제로 창의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죠. 또한 이 과정에서 상당한 리소스가 소모되기 때문에, 스트래치 골은 (잭 웰치와 같은 극단적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유휴자본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만약 리소스를 많이 투하했다가 실패하면 엄청난 낭비와 사기저하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AI 시대의 스트래치 골은 꽤나 합리적이다
기초적인 원리는 비슷할 지언정 AI시대를 맞이하는 기업들의 스트래치 골은 상당부분 성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 시대 기업의 스트래치 골이 작동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1.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한다.
2.기존 방식으로는 목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여기까지는 같습니다)
3."왜 안되는지?"에 대한 제약을 면밀하게 분석합니다. 물리법칙의 한계가 아니라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인간 지능의 한계'때문일 수 있습니다.
4."이 제약은 인간 지능의 한계인가?"라는 질문을 내립니다. 심지어 그게 본인의 지능이라도요.
5.만약 맞다면 AI로 그 지능의 한계를 지웁니다. 방향만 맞다면 대부분 지워집니다.
현재 스트래치 골이 합리적인 이유는 '10배 목표의 불가능 여부'가 대부분 인간의 계산 착오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기업 활동의 목표 자체가 내 지능의 한계, 동료의 지능의 한계, 혹은 그러한 지능의 한계로 인해 고착되어 있는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기업을 ‘지식노동자 인간의 온갖 자산과 부채 덩어리’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물리법칙의 한계가 아니라면 우리의 계산이 틀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과거의 스트래치 골은 창의와 혁신을 위한 도박과도 같은 압력이었다면, 현재의 스트래치 골은 현재 인간 중심적 업무방식의 결함을 발견하고 AI 도입을 가속화 하는 합리적인 프로세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구분 | 과거 | 현재 |
|---|---|---|
| 목표 수준 | 130% (도전적) | 1,000% (불가능(사실은 가능)) |
| 대안 탐색 | 인간 창의성 | AI + 인간 |
| 실패 시 | 리소스 소진, 사기 저하 | 빠른 피봇, 학습 축적 |
| 적용 범위 | 유휴 자본 있을 때만 | 모든 영역 |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일을 하면서 가장 답답한 부분이 어디이신가요? 바로 그 지점 슬러지이고 동시에 AI native 환경에서 스트래치 골을 적용할 수 있는 시작점입니다.
답답한 이유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다른 것들의 병목이거나, 할 때마다 짜증나거나, 시간이 왕창 들거나, 자꾸 피하고 싶거나, 남한테 의존해야 하거나 하는 일이겠죠. 이 모든 사유는 일정부분 나 혹은 남의 지능의 한계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사실 이 과정에서 AI 기술의 이해도는 거의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가장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의 목표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0배 상향해보세요. 일은 일대로 후딱 처리하고, ‘비개발자인 내가 AI를 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기상천외한 답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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